[인상주의] 위트릴로 '코탱의 골목'
위트릴로가 유난히 흰색을 많이 쓰던 시기에 그려진 코탱의 골목은 그의 독창적인 기법과 표현력이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위트릴로는 인상파 화가 중 흰색을 가장 아름답게 썼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집과 좁은 길, 하늘까지 오늘 수 있을 듯한 계단을 그린 그림은 풍경화로서 좋은 구도를 이루고 있네요.
건물 벽이 흰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안정감을 주지만 창마다 닫혀 있는 덧문이 이 흰색의 세계를 더욱 적막하게 만듭니다.
마치 화가 자신이 저 건물 어딘가에서 창문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마음을 건넬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윗부분에 그려진 푸른 나무와 노란 꽃, 계단을 오르는 서너 사람이 그나마 골목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군요.
위트릴로는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이 주로 모여 살던 몽마르트에서 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떠돌이 술주정꾼이었고, 어머니 발라동은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 일을 하면서 자신도 그림을 그렸지만 여자 혼자의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온갖 힘든 일을 해야 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행한 환경에서 지내야 했던 아픔이 이렇게 씁쓸한 골목길 정경을 그리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위트릴로 풍경화에서 사람이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술주정꾼 아버지의 영향인지 소년시절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위트릴르는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다양하고 화려한 기법을 거부하고 소박하고 서민적인 느낌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림엽서를 베낀 그림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풍경화 중에는 마치 관광엽서 같은 작품도 적지 않아서 그를 아끼는 사람들로부터 걱정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지요.
38세가 되어 어머니 발라동과 2인전을 열었는데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그림을 인정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생겨서 나중에는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자가 되었지요.
그러나 예술적인 감각을 점점 잃어가던 시기였는지 그때 그린 그림들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화가라 해도 그의 모든 작품들이 훌륭한 것은 아니거든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만 훌륭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쉽게 그려진 그림을 관객들도 금방 알아차린 것이지요.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도 늘 몽마르트르를 그리워하고 돌아가기를 원했던 진정한 파리지엔 위트릴로가 저녁이 오는 코댕 골목 어딘가에서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느릿느릿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에서 행복했던 기억만을 떠올릴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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