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주의] 쇠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이 작품은 도시 사람들이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는 그랑자트 섬의 풍경입니다. 쇠라의 두 번째 대작이며, 점묘 화법을 대표하는 명작이지요.
조르주 쇠라(1859~91)는 이 작품을 위해 3년 동안 아침 일찍부터 섬에 나가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했다고 합니다.
인물의 수가 많아서 좀 복잡한 가요?
많은 햇살에 우거진 신록이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는 일요일 오후를 집안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저마다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우아하게 거닐며 산책을 즐기거나 그늘에 몸을 뉘고 느리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네요.
나무 우거진 강가 풍경이지만 저 안에서는 바람소리나 새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면, 측면, 뒷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돼 있는 인물들은 마치 고대 이집트 벽화처럼 엄숙하고 조용하며 운동감 없이 멈춰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무처럼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그림자조차 자연의 빛으로 생겼다기보다 인공적인 조명 같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정갈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 안의 모든 수평, 수직선들은 수학공식처럼 정확하고 이상적인 구도를 이루며 저 고요를 더욱 안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화가는 그랑자트 섬을 소음과 공해에 지친 도시 사람들이게 선물하기 위해 침묵의 공간으로 꾸몄나 봅니다.
쇠라는 많은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큰 작품이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렸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년 이상 걸린 것도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렸을 뿐 아니라 전시 중인 작품에도 남몰래 덧칠을 해서 수정할 만큼 완벽주의자였습니다.
그런 노력과 정성이 그림에 잘 나타나 있지요?
조르주 쇠라는 파리의 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드라마틱한 일화를 남긴 이 시기에 많은 예술가들과는 달리 늘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고, 이지적이고 과묵한 성격이었습니다 가끔 노르망디나 브르타뉴의 해변에서 휴가를 보낸 것만 빼면 그는 평생을 파리에서만 살았고 생활도 매우 규칙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 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그림 공부를 했지만 곧 학교교육에 흥미를 잃고 박물관과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쇠라 특유의 양식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친 것은 19세기에 발표된 선과 색채에 대한 과학적 이론들이었습니다.
물감을 섞을수록 색이 탁해진다는 사실과 색채는 주변 색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 보색 대비 이론 등에 특히 주목하면서 연구를 거듭해 신인상주의 점묘 화법을 개발했습니다.
점묘 화법은 캔버스에 색칠할 때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순색 그대로를 작은 점으로 찍어나가는 방법을 이르는 말입니다. 붓의 끝을 수직으로 내려찍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물의 윤곽을 만들고 그 내부도 색점으로 채워가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화면에 노랑과 빨간색 점을 나란히 직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보면 두 가지 색을 혼합해서 만든 주황색으로 보이는 원리입니다.
이것은 물감 원래의 색을 유지하면서 보는 사람의 눈에서 중간색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선과 면으로 그려오던 그림이 쇠라의 점묘 화법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신인상주의 화가들을 점묘파라고도 부른답니다.
쇠라는 초기에는 밀레를 연상시키는 인물화와 풍경을 많이 그렸으며 점묘 화법으로 폴 시냐크와 함께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이 순간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했다면 그는 물감 순색의 느낌을 살리면서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계산된 구도와 철저한 색채 연구로 그림도 조심스레 계획하고 과학적으로 연구해 그릴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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